이커머스 주도권 경쟁

원톱 향한 ‘빅 피처’

이커머스 패권경쟁 가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 가운데 국내 최대 오픈마켓의 매각 시나리오와 파급 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는 쿠팡 역시 기업가치 극대화를 노리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 완전 경쟁시장인 온라인쇼핑업 특성상 절대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가운데 올해 유통업계 이목은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와 패권 경쟁에 쏠려 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도 물류 인프라와 매입 역량을 바탕으로 온라인 사업에서 실적 개선을 이뤄내자 업계 경각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채널 간 경계가 이미 무너진 지금 적도 아군도 없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커머스 업계의 원톱을 향한 승부수와 최근 시장 재편에 대한 움직임이 온라인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이커머스 주도권 경쟁 ⑦ 중국 현황

알리바바 주춤한 사이 징동 상승세

‘라이브 커머스·크로서보더’로 기회 이동

지난해 중국 이커머스 시장은 신업태, 신모델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라이브 커머스 횟수는 2,400만 회를 돌파했고 운동기구, 건강기능식품, 위생용품, 주방용품, 반려동물용품 매출도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며 장기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했지만 중국 이커머스 시장은 변함없이 활기를 띠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온라인 매출은 11조 7,6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실물 상품의 온라인 판매 경우 9조 7,6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해 사회소비재 매출총액 가운데 25%를 차지했다. 온라인 매출은 8년 연속 전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해외 전자상거래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수출입 총액은 1조 6,9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1.1% 증가했고 특히 실크로드 연선국가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또한 농촌의 이커머스 비율이 상승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농촌 온라인 매출총액은 1조 7,9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징동, 알리바바도 노리는 공동구매 시장

온라인시장을 주도하는 알리바바, 핀둬둬, 메이퇀, 징동 등은 과거 1년간 주가 상승폭이 100%를 넘었다. 한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2월 7일 ‘반독점법’ 등 관련 법률규정에 따라 국무원 반독점관리위원회가 제정한 ‘국무원 반독점 관리위원회의 플랫폼경제영역의 반독점 규제가이드’ 실행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독점은 중국 유통업계 키워드로 떠오르며 시장 변화를 예고했는데 그럼에도 성장한 중국 이커머스 주요 업체들의 최근 동향을 알아본다.

징동ㅣ안정적인 물류, 코로나 이겨낸 원동력

이커머스 주요 플랫폼의 2020년 3분기까지 매출 자료를 보면 징동이 매출 5,215억 위안으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알리바바가 4,231억 위안, 텐센트가 3,484억 위안, 샤오미가 1,754억 위안을 기록했다. 2020년 11월 징동이 발표한 재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징동의 3분기 순이익은 75억 6천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천%나 증가했다. 매출은 1,742억 1,4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9.2% 상승했다. 매출과 이용자수 모두 크게 성장하며 향후 발전 잠재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경제 침체기에도 징동의 주가는 전년 대비 140% 상승했다. 시가총액 1천억 달러를 초과해 중국 이커머스 기업 중 메이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장기적으로 구축한 탄탄한 물류를 기반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는 평가다. 일용소비재는 과거 1년간 징동에서 매출 증가가 가장 빠른 품목으로 2, 3분기의 매출이 전년 대비 35% 늘었다.

징동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로 도전도 지속하고 있다. 2019년 정식 오픈한 공동구매 플랫폼 징시(京喜)는 공동구매 시장의 강자 핀둬둬의 선점에도 불구하고 2020년 3분기 매출 142억 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9% 성장을 하며 실질적 흑자전환으로 접어들었다. 징시의 특징과 성공요인은 위챗을 통한 고객 유입, 산지 및 공장과 직접 공급체인을 연결해 엄선된 양질의 상품을 공급한다는 점이다.

알리바바ㅣ플랫폼, 제조 등 계속되는 영역 확장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바바는 여전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반독점 관리, 업계 경쟁 심화, 성장동력 한계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쉽지 않았다.

알리바바와 핀둬둬의 가격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는 그룹 내 최대 마케팅 플랫폼인 쥐화수완(聚划算)의 ‘1위안 특가’를 C2M 공장 직송 서비스인 ‘타오바오 특가판’과 연결해 가격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기준 타오바오 특가판의 연간 활성 이용자 수는 1억 명을 돌파했다.

타오바오는 틱톡과 콰이쇼우로 대표되는 쇼트클립 플랫폼과도 경쟁하는데, 이때 핵심은 ‘유저가 머무르는 시간 확보’라 할 수 있다. 타오바오는 지난해 말부터 고객 구매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모바일 첫 화면을 리뉴얼했다. 이같은 방향은 틱톡과 샤오홍슈(小红书) 같은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스마트 추천모델을 겨냥한 것이다.

이용자 수 증가가 둔화된다는 사실도 알리바바의 걱정거리다. 이용자 수와 거래액 증가 속도 저하는 알리바바가 성장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0년 3분기 재무보고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월 활성 이용자 수 증가는 업계 예측인 1천만 명을 밑돈다. 4분기에는 월 활성 이용자 수가 2,100만 명을 넘었지만 대부분 11월 11일 쇼핑데이로 인한 일시적인 증가로 분석된다. 한편 거래액은 4분기에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1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타오바오 라이브 커머스의 2020년 전체 거래액도 4천억 위안으로 내부 예측인 5천억 위안 달성에 실패했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과 경쟁으로 인한 결과로 보이며 이같은 추세는 심화될 전망이다.

2020년은 이커머스 업체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탈영역적 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한 해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제조영역까지 확대해 항저우의 시니우(犀牛) 공장에 투자했다. 또한 ‘허마훠궈’ 상표를 등록해 식품, 레토르트, 숙박 등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허마훠궈는 상표 신청 후 11월 전국 허마매장과 배달 플랫폼에 동시 출시됐는데 훠궈 전문식당의 절반 정도의 가격이었다.

틱톡ㅣ라이브 방송 보고 결제도 틱톡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문자보다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트렌드가 바뀌면서 틱톡, 콰이쇼우 같은 쇼트클립 플랫폼이 성장했다. 중국 쇼트클립 플랫폼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월 활성 이용자 수는 9억여 명으로, 활성 침투율은 70%에 달했다. 틱톡의 2020년 거래액은 5천억 위안을 돌파해 2019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타오바오 라이브 커머스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틱톡 내부에서 설정한 목표는 1천억 위안에서 1,500억 위안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틱톡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거래액 중 1천억 위안이 틱톡 자체 플랫폼에서 기록한 매출이고 나머지는 라이브 방송 시청 후 타오바오, 징동 등 제3의 플랫폼으로 이탈해 구매한 경우다. 이에 틱톡은 지난해 10월 라이브 커머스 중 타 플랫폼으로 연결을 금지했으나 쇼트클립 연결은 가능하다. 이같은 조치는 일부 소비자들의 이탈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틱톡의 자체 커머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핀둬둬ㅣ가전, 생활 더한 공동구매 최강자

지난해 월 활성 이용자 수 7억 명을 돌파하며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한 핀둬둬는 공동구매 시장으로 발빠르게 진입하며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 초기 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렸으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핀둬둬가 공략하는 주 고객층은 1, 2선 도시의 사무직 종사자로, ‘백억쿠폰’으로 가격적 혜택도 제공한다. 100억 위안 규모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출시 6개월 만에 일 활성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고 이용자 구성도 다양해졌다.

핀둬둬는 궈메이와의 협력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해 4월 핀둬둬는 총 2억 달러 상당의 채권교환 방식으로 궈메이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전환이 완료되면 핀둬둬는 12.8억 주의 궈메이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는 궈메이 리테일 발행전환 확대지분의 5.62%에 해당한다. 궈메이의 가전 및 생활용품 공급체인과 중대형 제품대상 물류, 서비스 등 노하우가 핀둬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알리바바와 쑤닝이 협업하는 것처럼 핀둬둬에게 궈메이라는 파트너가 생긴 것이다.

또한 핀둬둬는 유명 브랜드와 유연한 관계 정립과 소비자에 저렴한 가격 제공이라는 두 가지 명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편 핀둬둬는 커뮤니티 신선식품 공동구매 플랫폼 둬둬마이차이(多多买菜)를 론칭했다. 주로 선주문과 지정 장소 픽업 모델로 운영되며 가격은 저가를 유지하고

있다.

메이퇀ㅣ탄탄한 주력 사업으로 주가 상승

2019년에 이어 2020년 역시 메이퇀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 중 주가 상승이 가장 빠른 기업으로 170%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반독점 규제 파동 속에서 상승 추세를 유지한 결과다. 특히 주력 사업 부문이 안정적이다. 배달사업부문의 이익은 2분기 12억 5,300만 위안, 3분기 7억 6,8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3분기 재무보고에 따르면 메이퇀 혁신사업부는 20억 2,900만 위안 적자를 냈다. 2018년 오픈한 신선식품 브랜드 ‘엘라 슈퍼마켓(ella supermarket ; 小象生)’도 한때 허마센셩과 라이벌로 꼽혔으나 자체 앱서비스를 종료하고 현재 메이퇀의 다른 앱에 편입됐다. 이러한 결과는 공급체인 관리, 자본투입 규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크로스보더로 새로운 기회 창출

코로나19로 위축된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허마는 지난해 12월 ‘허마 크로스보더GO(盒跨境GO)’ 첫 매장을 상하이에 열었다. 이곳은 허마의 신유통 모델과 크로스보더 전가상거래 모델이 융합된 새로운 공간이다.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과 티몰의 전세계 구매 및 공급체인, 허마의 온·오프라인 융합 운영의 역량이 적용돼 중국 소비자에게 해외 수입상품 구매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허마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보세네트워크 구매 모델을 통해 최단 30분 내 지정 주소로 상품을 발송해 고객에게 효율적이고 신속한 구매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이 매장의 장점은 와이가오차오 보세구와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온라인 주문을 하면 보세창고에서 매장으로 상품이 배송돼 바로 가져갈 수 있다. 이러한 혁신 모델은 상하이 푸동신구에서 시험적으로 실행하고 있으며 푸동신구와 세관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향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티몰 인터내셔널 크로스보더 신유통점(跨境新零店)’이 항저우에 정식으로 오픈했다. 항저우 보세구역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판매하며, 오프라인에서 체험 후 코드를 스캔해 주문하고 보세창고 전용 라인으로 배송돼 20분 만에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두 형태의 매장 모두 오프라인 매장이 크로스보더 보세창고에 인접해 세관 물류통관이 대폭 축소돼 빠른 시간 내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한편 2020년 중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활발한 투자와 합병도 이뤄졌다. 2018년 따룬파와 허마의 공동 투자 플랫폼 ‘허샤오마(盒小)’에 대해 2021년 1월 따룬파는 알리바바가 보유한 51%의 지분 인수를 발표했다. 이제 따룬파가 100%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허샤오마는 중소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허마가 신선식품 위주임에 반해 스포츠 전용코너를 신설하는 등 취급 품목을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허마 앱을 설치하지 않고 타오바오 메뉴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다만 허마 그룹의 아침식사판매 편의점 ‘픽앤고(pickngo)’가 2020년 7월 허샤오마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동일 업계에 같은 이름의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문제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