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이 NB 대항마? 소비자
관점에서 재접근하라

국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PL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어떻게 개발, 운영할지 물어보면 막연하게 답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사 경우 아직까지 PL 상생 관계에서 협업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조사들은 PL 실전 전략 부재로 인해 관련 시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신년호를 맞아 새로 기획한 연재는 투미트레이딩의 최영 대표가 과거 유통업체에 근무하며 다양한 PL을 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유통사의 PL 론칭부터 시행착오 사례, 해외 벤치마킹 사례까지 실무 중심으로 엮어 소개하는 것이다. 이번 달은 총 12회에 걸쳐 연재되는 PL 실전 전략의 첫 회로 ‘PL, 무엇을 검토할 것인가’를 주제로 PL 시장을 고찰해본다.

1회 연재를 준비하면서 필자는 1988년∼1990년 초 일본 세이부 유통그룹에서 머천다이징 연수를 받을 당시 일을 회상했다. 어느 월요일 오전으로 기억된다. ㈜세이유 상품기획부에서 마련한 전체 회의석상에서 소매유통업 30년 경력의 상품기획부장이 했던 말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하다.
“지금까지 소매업에 종사해오면서 여러분에게 ‘상품개발이란 무엇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상품개발은 어떻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에 그것도 유통업 30년 경력의 베테랑이 토로한 이 말을 여러분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PL상품, 개발 취지부터 파악

1990년대 중반 미국 슈퍼마켓 업체이자 상품소싱 개발회사인 슈퍼밸류(Super Value)의 상품 담당자들과 미팅에서 생긴 일화를 하나 더 소개해본다. 당시 필자는 국내 모 유통업체 상품기획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슈퍼밸류 담당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회사 경영진과 함께 상품소싱 개발 후보품목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슈퍼밸류 수석 부사장이 우리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저희는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제조업체 풀(제조사 DB 정보)’을 갖고 있어 여러분이 원하는 어떤 종류나 기능, 품질의 상품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귀사는 어떤 콘셉트의 브랜드를 사용하며, 어느 카테고리에서 어떤 목적의 상품을 원하나요.” 당시 필자는 이 질문에 한마디도 답변을 하지 못했는데, 여러분들은 어떠한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음의 상품개발 포인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시간이 더 흘러 2000년도 국내 H 슈퍼마켓은 앞서 언급한 슈퍼밸류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소싱을 통해 PL상품을 선보였다. H사가 선보인 PL은 ‘굿앤칩 US 캔콜라’로 330㎖ 상품을 매장에 진열,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NB 업체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실제 당시 코카콜라보틀링코리아 임원이었던 호주인 영업총괄전무와 미국인 부사장은 거래처 매장을 순회하면서 필자 앞에서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아니 한국 선두 슈퍼마켓에서 이런 쓰레기를 팔고 있다니…’ 굿앤칩 US 캔콜라는 필자가 H사에 재직할 때 직접 미국에서 개발, 수입한 PL상품이...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