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과장’이 ‘무능한 부장’이 될 수 있다
승진 자격은 스스로 증명하라


과장 자리에서 일 잘하고,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훌륭한 부장'이 될 자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승진이 된 후에도 과거에 자신이 인정받았던 스타일을 고수하다 자신과 회사 모두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승진은 자신이 직접 그 역량과 자격을 증명하는 능동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에서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미국계 경영 컨설팅 회사를 거쳐 국내 유통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두 기업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미국 회사와 한국 회사라는 점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도 있었고, 경영 컨설팅 같이 프로젝트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과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 기업 간의 차이도 있었다. 두 조직 모두 장단점이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컨설팅 회사가 좋은 점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좋은 점도 있었다.
그 중 두 조직 간 가장 큰 차이로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인사 평가와 승진 방식이었다. 직장인에게 있어 승진은 가장 큰 관심사이자 동시에 고민거리다. 또한 가장 큰 보람이면서 가장 큰 좌절을 맛보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해마다 승진발령이 이뤄지는 연초가 되면 회사 안에는 퇴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헤드헌팅 회사에는 이력서가 평소의 배 이상 쌓인다고 한다. 회사생활은 즐겁고 보람 있는 순간보다 지치고, 스트레스 받는 순간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후 그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하면, 그 간의 모든 수고와 힘들었던 일들이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혹여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이라도 하게 되면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승진해서 직급이 높아지면, 물론 연봉도 오르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나를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자존감으로 이어져 행복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커진다.

승진, 직장인의 보람이자 좌절
가끔 선배 임원들과의 술자리에서 직장생활 중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과장으로 승진했을 때’라고 이야기한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보통 사원-주임-대리 등을 거쳐 과장이 되려면 8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대리’와 ‘과장’은 한 단계 차이지만 차원이 다르다. 보통 과장부터 간부라고 부르며, 리더로서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사원으로 입사해 지시 받는 일만 하다가 누군가에게 일을 지시하고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과장님’이라고 칭하며 공손히 일을 배운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승진대상을 선정할 때도 과장부터는 훨씬 엄격해진다. 대부분 기업이 큰 과오나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대리 승진까지는 큰 경쟁을 거치지 않고 무난하게 통과시키는 반면, 과장부터는 그 자격을 꼼꼼히 따져 승진 누락자가 많아지기 시작한다.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는다는 것은 입사 이후 10년 가까이 선배들에게 머리 조아리며 회사...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