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주지 못하는 경험을 줄 때
고객은 팬이 된다

차별화가 어려워진 시대, 우리는 ‘고객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비용과 자원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했을 때 감동하고, 그 기업의 팬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0여 년 전 미국 LA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것이었다. 당시 나는 30대 후반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늘 동경해왔던 디즈니랜드는 실제 미키마우스를 비롯해 수많은 친구들이 있고 마술과 이야기가 넘치는 꿈의 궁전이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놀이기구들이 한없이 펼쳐져 있고 다양한 쇼와 어트랙션들로 가득해서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었다.
기대를 안고 입장한 디즈니랜드, 나올 때는 힘든 기억만 디즈니랜드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기대와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흥분과 기대로 오전 9시에 입장했던 디즈니랜드는 저녁 6시경 그곳을 나올 때쯤에는 다시 오고 싶지 않은 피곤한 장소로 바뀌었다. 당시 여름휴가를 이용해 방문한 것이어서 날씨는 매우 더웠고, 오전 10시가 지나자 수도 없이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디즈니랜드 안은 금새 만원이 돼버렸다. 유명하다는 ‘하늘을 나는 열차’를 타려고 이동하니 이미 그곳에는 족히 50m는 넘을 것 같은 긴 줄이 서 있었다.
친절하게도(?) 줄을 서는 위치마다 ‘여기부터 줄을 서면 탈 때까지 ◯시간 소요’ 이런 식으로 표시돼 있었는데, 내가 선 자리에 써 있는 ‘2시간 소요’라는 푯말을 보는 순간 참으로 아찔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덜 유명한 놀이기구를 찾아 갔을 때도 1시간은 줄을 서야 했다. 더운 햇볕 아래에서 음료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목이 바짝바짝 말라가며 한 두 시간 기다리다 겨우 탔는데 즐기는 시간은 단 5분. 허망하고 아쉽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8시간 머무는 동안 놀이기구는 겨우 2개 탈 수 있었고, 뜨거운 뙤약볕 밑에서 줄 서는 데만 3~4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배가 고파 식당에 갔더니 역시 그곳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주문하고 음식을 받기까지 또 30분 넘게 기다려야했다. 아내와 아들이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서 가족 간에 묘한 긴장감마저 흘렀다. ‘어떻게 온 디즈니랜드인데…’ .
그래도 힘들게 시간 내 왔으니 미키마우스 행진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며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지도 한 장 들고 쇼가 열리는 장소들을 찾아 다녔는데, 넓기는 왜 그리 넓은지 찾는 동안 쇼가 진행되는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다.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포기하고 시원한 벤치 아래 앉아 코카콜라를 마시는데 멀리 디즈니랜드 성이 보였다. 그 순간 ‘아, 내가 디즈니랜드에 왔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누구나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꼭 디즈니랜드가 아니어도 휴일을 이용해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곳을 방문하면 언제나 겪게...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