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매거진
통권 547호

2021년 9월호

유통업계 콘텐츠 강화 전략

비즈 인사이트
2021년 8월호
[디지털은 어떻게 리테일을 강하게 만드는가] ⑨ CDP란 무엇인가
CRM이 모르는 고객 특성
CDP는 알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고객 서비스, 영업 등의 효율을 높이는 시도는 20여 년 전부터 이어졌다. 이때 활용된 시스템이 CRM과 DMP다. CRM은 기업의 정해진 틀 안에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DMP는 반대로 온라인상에 있는 불특정 고객에게 마케팅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하지만 두 플랫폼으로 고객을 100%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고객이 앱, 웹, 기타 플랫폼에서 남긴 모든 흔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CDP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꿈꾸는 모든 기업의 선결 과제는 바로 자사의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저장하고, 통합하고, 융합해 고객과 소통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만들고, 마케팅 효율을 높여 궁극적으로 데이터 컴퍼니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고객 데이터 플랫폼인 CDP(Customer Data Platform)가 필수다.

고객 관련 플랫폼이나 시스템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CDP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DMP(Data Management Platform)를 헷갈려 한다. 사람들 혹은 솔루션 업체들마다 CDP, CRM, DMP를 약간씩 다르게 이해하고 설명해 자사 솔루션이 모든 CRM이나 마케팅 이슈를 해결해준다고 이야기한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의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 영업 등의 효율을 높이는 시도나 프로세스는 20여 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 흐름을 이해하면 앞으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의미를 가지는 CDP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이 고객 관리를 위해 구축한 CRM

나의 사회생활은 1998년 경영컨설팅 회사 PwC컨설팅에 입사하면서부터 시작했다. 1998~1999년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세상이 바뀌던 시기였다. 지금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디지털이라는 화두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닷컴기업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기반 새로운 벤처기업이 등장했고 기업은 e비즈니스라는 인터넷 경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 및 기업 혁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컨설팅사에서 제조·유통기업을 위한 CRM 프랙티스 리더로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많은 기업이 CRM이라는 새로운 경영 전략과 프로세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DW(Data Warehouse)나 CRM시스템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풀무원, 포스코, KT 등 다양한 기업들의 CRM 전략 및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수십억 원 규모 프로젝트의 전체 PM을 맡아 일을 진행했으나 정작 실무 경험이 없었던 탓에 CRM에 대한 이해와 원론적인 이야기 정도만 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도 설계했다. 물론 시장에 관련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경영컨설팅사에서 몇 년 간의 경험을 가진 내가 CRM 전문가로 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고객사에게 죄송한 마음도 드는데, 그럼에도 당시 컨설팅을 진행하고 CRM을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성과 차이를 생각해본다면 무엇인가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CRM이라는 용어와 시스템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 대다수 기업은 CRM 관련 업무 조직과 프로세스,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놓았다. CRM은 고객관계 관리라는 의미로 고객과 관계를 맺고, 관계를 유지하며 심화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유연하지 못한 CRM, 반쪽짜리로 전락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콜센터에 전화를 걸든지, 이메일 문의를 하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과 소통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객이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힌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이용시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콜센터에 전화했을 경우 내가 누구인지 말해야 상담원과 통화가 가능하다.

CRM 시대 이전에는 고객 관련 데이터를 회사 내 시스템에 저장해놓지 않았다. 하지만 CRM 중요성이 커지면서 두 개의 시스템이 생겼는데 하나는 DW라는 대규모 데이터 저장소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고객 대상으로 하는 모든 접속 및 소통 활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인 ‘캠페인 관리 툴(Campaign Management Tool)’이다. 두 가지 새로운 시스템을 회사에 도입하는 것을 통칭 CRM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두 가지 시스템은 정형화된 데이터로 정의된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미리 컨설턴트들이 회사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기록의 형식과 포맷 그리고 소통방식을 정의하고, 그것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의 유연성은 떨어지고 새로운 고객 간 소통 채널이 늘어나거나 없던 업무 프로세스가 생기게 됐다. 비즈니스가 온라인이나 모바일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이전에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특정 업무에 국한돼 사용되는 반쪽자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러한 시스템은 구조상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옛날 시스템이어서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고 조금만 수정, 보완하려고 해도 갈아엎고 새로 개발하는 것과 비슷한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쳐 쓰기도 만만치 않다.

어느덧 시스템을 구축한 지 10년이 넘은 기업이 대부분인데,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상은 천지개벽했다. 이제 고객은 더이상 기업들과 매장, 웹사이트, 콜센터 등을 통해 대화하지 않는다. 모바일 앱을 활용해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로 소통한다. 이로 인해 전에 없던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과거에 구축한 CRM시스템은 현재 없앨 수도 없고 고치기도 어려운 계륵이 됐다. 오히려 최근 5년 이내에 새롭게 창업한 스타트업은 오래된 시스템 없이 처음부터 지금 세상과 고객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고객들과 소통에 앞서가고 있다. 이러니 10년 전부터 시스템을 가지고 있던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하다.

타깃 고객 맞춤 광고 플랫폼 DMP

또 다른 플랫폼으로 DMP가 있다. DMP는 기업 외부에 있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광고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인터넷 웹페이지 배너 광고가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웹페이지의 주요 부분에 마치 TV광고나 신문광고, 옥외 광고처럼 모든 사람들이 같은 광고를 보도록 배너를 비싸게 팔았다. 그러다가 점차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고객에게 똑같은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 비효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고객별 차별화된 광고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광고뿐 아니라 이용자가 검색했을 때도 성향에 맞춰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웹사이트에 접속한 고객들의 PC에 쿠키라는 작은 프로그램을 깔았다. 동의를 받기도 했지만 몰래 심어 놓기도 했다.

점차 차별화된 온라인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판 역할을 하는 웹사이트를 가진 기업들과 광고를 하고 싶은 브랜드를 연결하는 DSP(Demand-Side Platform) 사업자가 생겼다. 이들은 브랜드의 특징, 타깃 고객 성향과 웹사이트 특성 및 주요 접속 고객 성향을 분석해 적은 광고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게 소개하는 광고 에이전시다. 글로벌에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구글이 운영하는 GDN, 국내 기업으로는 와이더플래닛(Widerplanet)이 있다.

PC 중심 온라인 광고 시대가 점차 스마트폰 앱이나 SNS로 바뀌면서 DSP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기 시작했다. 웹 기반의 쿠키가 이용가치가 떨어지고, 대신 앱 기반의 SDK라는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기업 앱에 SDK를 깔아놓고 사용자들의 앱 사용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AD_ID라는 모든 스마트폰에 지정돼 있는 ID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SDK나 AD_ID는 개인 정보 이슈나 법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점차 활용이 어려워졌는데, 그럼에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빼고 어마어마한 고객들의 구매패턴, 정보들을 취합하고 저장할 수 있다. 즉 ‘장중호’라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의 특정화 데이터는 없지만, #20345590이라는 사람은 ‘분당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중반 남성으로 취미는 음악이며 주로 쿠팡에서 식품을 구매하고 가끔 여행을 한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상황이며 뉴스를 주로 접하는 매체는 네이버다’ 정도의 개인 라이프스타일 정보는 충분히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고객이 온라인상에 남긴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모아 놓은 플랫폼이 DMP다. 이름이나 개인식별 정보는 없지만 특정한 코드로 라벨이 붙은 데이터를 모은다. 이것은 일반 기업이 자신들의 고객들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DMP 사업을 하는 전문 기업들이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고객과 접근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고객 데이터를 제공한다.

주로 대형 DSP 사업자들이 DMP 사업을 하는데 국내에서는 DSP 사업자 와이더플래닛이 TG360이라는 DMP를 구축하고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라이빗 DMP라고 특정한 기업이 원할 경우 타깃 고객에 맞는 프로필을 가진 고객군을 정의하고 필요할 때 타깃팅해 CRM 활동 혹은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쫓아 분석해 상품 개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주기도 한다.

CDP로 고객 100% 이해하기


CRM과 DMP는 서로 상반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CRM은 철저하게 미리 기업 내 고객 관련된 시스템을 정의하고 개발해 정해진 틀 안에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다. DMP는 반대로 온라인 상에 있는 불특정 고객을 기업의 마케팅이나 광고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서비스 받는 플랫폼이다.

이처럼 상반된 특성을 지닌 두 플랫폼을 통해 한 기업이 자신들의 고객을 100%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관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CRM 활동을 전개하고 고객 인사이트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새롭게 주목받는 플랫폼이 CDP다. 기본적으로 CDP는 DW나 DM(Data Mart) 기반인 CRM에 추가적으로 ‘데이터 호수(Data Lake)’를 융합했다. 데이터 호수는 고객이 기업 앱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눌러보고, 찾아보고, 흥미를 느끼고, 클릭하고,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하는 모든 활동 기록을 쌓아 놓는 곳이다.

CRM은 상품 구매나 결제, 상담 등 명확한 활동 내역만 저장한다. 반면 CDP의 데이터 호수는 고객이 앱, 웹, 기타 플랫폼에서 남긴 모든 흔적을 저장한다. 그리고 의미있는 내용만 추출해 DW나 DM에서 들어오는 고객 정형 데이터와 뭉쳐서 의미 있는 고객 데이터를 쌓는다. 그리고 나머지 데이터는 마치 호수에서 물을 흘려 보내듯 지운다.

결국 CDP는 지금 나와 있는 모든 고객 데이터를 위한 플랫폼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유연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고객의 360도 관점의 이해와 이를 근거로 한 실시간 CRM 및 마케팅 활동이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연재글에서는 어떻게 CDP를 구축할 수 있으며,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CDP 플랫폼들 간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한다.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