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세이렌의 유혹

도시 곳곳에서 스타벅스(Starbucks)의 상징, 세이렌이 우리를 유혹한다.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님프다. 나른한 오후를 이기기 위해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빠져든 뱃사람들 같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주연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국내에 개봉한 직후 미국 출장 기회를 얻었다. 출장은 우연찮게도 영화의 주 무대였던 시카고에서 시작해 시애틀로 끝났다. 윈디(windy) 시티라는 별명처럼 시카고에는 바람이 몹시 불었고 영화에서처럼 시애틀에는 비가 자주 내렸다.
출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 시애틀 시내 퍼블릭 마켓 근처의 한 커피숍에 앉아 일행들과 출장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커피 맛은 별로였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뎅’이라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묽으죽죽한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 때다. 진하고 씁쓸한 에스프레소 커피 맛을 알 리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게 됐고 그 때 들렀던 커피 가게가 스타벅스 1호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당시는 쓰다고만 생각했던 에스프레소 커피를 이제는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됐다. 참, 인생이란.
원고 마감을 앞두고 약속 때문에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들렀다. 약속이 아니라면 벽돌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이런 규격화된 체인 커피숍에 가는 일은 드물다. 커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종업원들과 마주하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어쨌든 커피 한 잔을 받아서 자리로 돌아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 스타벅스, 너 오늘 잘 만났다.

고래잡이배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영어강사였던 제리 볼트윈, 역사교사인 제프 시겔, 작가인 고든 바우커 등 세 명이 모여서 만든 ‘스타벅 커피 티 앤드 스파이스(Starbuck coffee
tea & spice)’에서 시작됐다. 이후 불세출의 CEO 하워드 슐츠가 이 커피숍을 인수해 오늘날의 스타벅스로 키웠다.
스타벅스의 이름은 미국의 유명한 고전인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의 이름, ‘스타벅’에서 따왔다고 한다. 인터넷 공간을 비롯한 많은 곳에 스타벅이 커피를 좋아하는 인물로 묘사돼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비딕 소설을 아무리 훑어도 스타벅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말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는 스타벅이었다. 낸터컷 토박이에 대대로 퀘이커교도 집안이었다. 큰 키에 성실한 사람이었고, 얼어붙을 듯이 추운 지방의 해안에서 태어났지만, 근육이 두 번이나 구운 비스킷처럼 단단해서 열대지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격으로 보였다.(중략) 뱃사람치고는 이상하게 양심적이고 자연계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가지고 있어서, 거친 바다에서의 쓸쓸한 생활은 그의 마음을 미신으로 기울게 했다.”
스타벅은 고래잡이배의 일등항해사였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뱃사람 이미지와는 달랐다. 감성적이고 열정적이기보다는 신중하고 이성적이었...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