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보상과 처벌만이 최선은 아니다

<도서 안내>
도서명_ 당근과 채찍
출간일_ 2011년 1월 13일
출판사_ 리더스북
지은이_ 이언 에어즈
옮긴이_ 이종호, 김인수
페이지_ 376쪽
가격_ 1만 6천 원

해마다 연초가 되면 담배 판매량이 급감한다. 많은 이들이 연초 금연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담배를 끊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소개할 책 ‘당근과 채찍’에서 말하는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유명한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1년 후 사과 1개를 받을지, 1년이 지난 바로 다음날 사과 2개를 받을지 사람들에게 선택하라면 대부분 하루를 더 기다려 2개를 받는 쪽을 선택한다. 그런데 시기를 앞당겨 오늘 사과 1개와 내일 사과 2개를 놓고 선택하라면 오늘 사과 1개를 받는 쪽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눈앞의 유혹에 훨씬 약하다. 금연이라는 장기적인 계획을 선택했지만, 눈앞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금연에 실패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간 본성을 활용한 전략은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금연 계획을 세운 이가 롯데 자이언츠 야구팀의 열렬한 팬이라면 다음 주 경기 입장권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당근’보다 그가 갖고 있는 이번 주 경기 표를 빼앗겠다고 위협하는 ‘채찍’이 효과적이다. 바로 손안에 있는 것을 놓치기 싫어하는 인간의 ‘손실회피 경향’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채찍이 가져오는 역효과도 함께 설명한다.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집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를 늦게 데려가는 횟수가 10번이 넘으면 3달러의 벌금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로 지각 횟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학부모들은 지각의 대가를 지불하면 그들의 행동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업체 자포스는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이들에게 지금 회사를 그만두면 위로금 조로 2천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를 선택하는 사람은 2~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당근을 거부한 신입사원들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히려 일에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것이 바로 당근을 역이용한 영리한 전략이다.
이 책은 다른 이들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전략도 소개한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15만 가구를 대상으로 요금 청구서에 ‘같은 거주면적에 사는 이웃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 넣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상위 10%에 속하는 과다 사용자들의 에너지 사용량이 급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몰에서 향후 사용 가능한 적립금보다 당장 할인 가능한 쿠폰을 더 선호하는 까닭도 이 책에서 말하는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항상 소비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기업들에게 많은 힌트를 주는 책이다.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