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조류 무시하는 CEO, 기업 운명이 위태롭다


경제 성장이 멈춘 지금은 단순히 '불황'이 아니라 세상의 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이 새로운 판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하고 누구보다도 기업을 이끄는 CEO가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즉, CEO 자신이 관점 디자이너가 되어 자신이 이끌고 있는 회사를 다시 바라보고 새로운 판과 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 화제의 인물이 있다. 많은 CEO가 만나보고 싶어하고, 기업의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사람. 이름은 박용후. 그는 자칭 ‘관점 디자이너(perspective designer)’다. 그가 출간한 ‘관점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은 2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으니 그야말로 이 시대 가장 핫한 아이콘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우리나라에 단 한 명밖에 없는 관점 디자이너다. 스스로 관점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순간 그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온리원(only one)’이 됐다. 우연한 기회에 모임에서 만난 후 필자가 가장 닮고 싶고 존경하게 된 형이기도 하다. 그와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나는 나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온리원’의 가치를 가졌는가
나는 ‘이마트’라는 대한민국 1등 대형마트이자 대기업의 마케팅 담당 상무다. 이마트 전체의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과 프로모션 실행 및 디자인, 그리고 모바일과 제휴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나 이전에도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있었고 이후에도 누군가가 마케팅 담당 임원을 맡게 될 것이다. 기업에는 수백 명의 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있고 그들은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 중 그저 한 명에 불과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좋아해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지만, 오케스트라 첼로 연주자도 국내에 최소 천 명은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회사를 위해, 개인을 위해 열심히 뛰고 밤낮으로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금의 수많은 이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마케팅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마케팅 임원으로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그저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그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마트 마케팅 상무라는 호칭 외에 딱히 부를 이름도 없다. 이마저도 몇 년 후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명함에 새길 내용도 없으니 그야말로 장중호라는 이름만 남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회사 대표님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나는 ‘찍힐’ 수도 있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이다. 어쩌면 그 분도 나와 똑같은 심정은 아니실지 모르겠다.
반면 박용후란 사람은 ‘관점+디자이너’라는 조합어를 자신의 이름에 붙이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명쾌해지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명확해졌다. 모든 업무나 일에 있어 의사판단이나 방식이 달라지고, 새로운 관점으로 모든 것...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