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웃으려면
'을'의 근육을 키워라

'갑'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을'에게 함부로 대하고 횡포를 부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현재 갑의 위치에 있어도 언젠가는 그 권력이나 힘의 자리에서 내려와 자신의 역량과 힘으로만 먹고 살아야 할 상황이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그 때 평생 갑으로 군림한 사람은 을의 근육으로 단련된 사람에게 절대 이기지 못한다.




요즘 대한민국은 ‘갑질’ 논란으로 뜨겁다. ‘갑’에 해당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을’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구조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신문에는 연일 갑질을 하는 큰 기업들과 권력기관을 성토하고 경영자나 직장 상사들이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기사들이 올라온다.


영원한 ‘갑’은 없다
어원상에 갑(甲)은 한자로 서열을 나타내는 십간 중에 첫째로 나오는 단위를 의미한다. 십간이라 함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등으로 모든 것의 서열을 매기는 단위인데, 갑은 그 중 첫 번째, 즉 모든 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다. 그 다음이 을이고 병, 정 등이 뒤를 잇는다. 을은 서열상 두 번째이긴 하지만 늘 갑보다는 뒤에 있어 갑에 따라야 하는 운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갑이면서 동시에 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능가하는 ‘슈퍼갑’은 과거 존재했던 황제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갑을’이라는 코너가 있다. 상황에 따라 갑을 입장이 계속 바뀌는 설정인데 최근 일련의 사건 때문인지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다.
예를 들면 식당 주인이 에어컨이 고장 나 수리기사를 불렀는데, 수리기사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왔다. 식당 주인은 크게 화를 내며 수리기사를 하인 부리듯 윽박지르고 심지어 뺨까지 때린다. 고객에게 무조건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수리기사는 자신이 한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큰 굴욕을 당하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하지만 잠시 후 수리기사가 수리를 마친 후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을이었던 수리기사가 갑 입장인 식당 손님이 되어 음식을 주문하면서 식당 주인은 태도가 180도 바뀌어 공손해진다. 주문한 음식을 맛 본 수리기사는 맛이 없다며 식당 주인을 타박하고 바로 상황을 역전시켜 똑같이 뺨을 때린다. 그렇게 한참 수리기사가 갑질을 하는데, 갑자기 에어컨 작동이 멈추면서 또다시 식당 주인이 갑이 되고 수리기사는 을이 되어 두들겨 맞게 된다.
과장되고 어이 없는 설정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태를 잘 표현한 코너라 공감이 많이 간다.
사람들은 자신이 갑의 입장이 되고 조금이라도 권력이나 힘이 생기면 자신보다 약자 위치에 있는 을에게 함부로 대하고 횡포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또 누군가에게는 을이 되고 자신의 갑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린다.
갑과 을 사이의 먹이 사슬은 백 년 전에도 존재했고 백 년 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갑이 되고 싶어하지 을이 되...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