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POS 데이터에 의존해 발주하는가

발주는 단순히 빈 매대의 상품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심리나 상권 변화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팔릴 상품을 미리 예측하는 작업이다. 기온 상승이나 하락, 월급날 전후, 연휴, 주변 행사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고객의 움직임이나 니즈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본다.

세븐일레븐을 일본 최대 유통업체로 키운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은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포착해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팔릴 상품을 발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고객니즈를 포착하는 과정을 발주의 가설 수립이라 한다. 발주시 가설을 세워야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다.
발주 작업은 ‘정보 수집 → 가설 수립 → 발주 실행 → 매장 전개(판매) → 결과 검증 → 다음 발주에 적용’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보 수집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내일 날씨가 어떠하며, 무슨 요일이며, 주변에 어떤 행사가 있는지 조사한 뒤, 그에 따라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찾을지 연구하는 것이다.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구입하는가
다음 단계는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가설 수립은 앞서 수집한 정보를 구체적인 상품으로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공원에서 축구 시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정된 매대에서 축구 시합이라는 조건에 맞게 어떤 상품을 확대하고, 어느 상품을 축소해야 할까. 축구 시합이 초등학생 시합인가, 중고등학생 시합인가에 따라 내점 객층이 달라지므로 팔리는 상품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초등학생 시합인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상품을 구입하러 오는 경우가 많아 피로회복에 좋은 건강음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시합인 경우에는 학생들이 직접 내점하므로 삼각김밥, 아이스크림, 컵라면 같은 군것질 제품이 많이 팔릴 것이다.
이렇게 축구 시합이라는 동일 조건이라도 누가 구입하는가에 따라 판매될 상품이 달라진다. 발주를 할 때는 단순히 어떤 상품이 인기있는가보다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구입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상품이 누구에게 어떠한 때에 팔리는지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매대에 엉뚱한 상품이 진열될 수 있다.
많은 점주들이 발주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발주 정밀도가 향상되지 않는다고 고민한다. 매장에 폐기되는 상품이 많다는 것은 발주시 가설이 잘못 세워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각의 상품이 갖는 특성이나 기능뿐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구입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 같은 상품이라도 점포에 따라 팔리는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의 팔림새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점에서 직접 정보를 수집하는 수밖에 없다. 상품 하나하나 단품별로 어떠한 상황에서 누가 구입하는지 추적해야 한다. 간단한 작업은 아니지만 격심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이라는 점포의 무기...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