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숫자 이면에 진실이 있다

<도서 안내>
도서명_ 숫자 없는 경제학
출간일_ 2011년 3월 30일
출판사_ 인물과사상사
지은이_ 차현진
페이지_ 463쪽
가격_ 1만 6천 원

흔히 ‘경제학’하면 돈과 숫자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경제학 책들도 수많은 숫자와 이론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그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논쟁들을 살펴보면 경제학은 오히려 철학에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이 책 ‘숫자 없는 경제학’은 제목 그대로 숫자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경제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경제서적보다 깊이 있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2007년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과거 몇 년 간의 정책적 판단 실패로 보지 않고, 반세기를 이어온 미국 경제 철학의 흐름에서 찾았다. 신자유주의라는 큰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1940년대에 발간된 소설 ‘마천루’가 등장한다. 이 소설을 쓴 아인 랜드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바탕을 만든 인물이다. 그녀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이성만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으며,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세상은 발전하게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상은 앨런 그린스펀(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미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으며, 레이건 정부 이후 미국 경제 흐름의 대세가 됐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앨런 그린스펀과 시장주의자들이 ‘작은 정부’와 ‘시장 만능주의’라는 철학에 심취해 객관적 사실보다 시장경제라는 신앙을 신봉하게 됐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이러한 철학적 사상 말고도 IMF와 신용카드 탄생 배경 등 경제 흐름과 관련된 뒷이야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IMF는 미국 재무부 차관보였던 해리 화이트와 경제학자 케인즈가 금본위제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1955년 최빈국 대접을 받으며 IMF에 가입했던 한국은 지난해 IMF 총회 때 IMF 구조개혁을 당당히 요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제도의 당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후진국들에게도 IMF 문호 개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화이트의 공이 크다.
신용카드 경우 1914년 JP모건 소유의 웨스턴유니언에서 처음 도입했지만, 관리비용 문제로 40년간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컴퓨터 등장 이후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DB로 구축할 수 있게 됐으며, 1959년 마침내 지급 결제기능을 갖춘 신용카드가 상용화됐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부터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까지 철학과 역사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를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잘 버무려 경제학이 숫자가 아닌 사람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수학이 두려워 경제 공부를 하지 않았던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