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교환하며 삶의 애환도 함께 나눴던 5일장 풍경

한쪽에서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갖고 나와 필요한 물건과 맞바꾸고, 한쪽에서는 신명나는 씨름판이 열리고, 또 한쪽에서는 막걸리 한 사발에 잠시 시름을 잊었던 조선시대 5일 장터는 당시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생활터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 장시는 15세기 말부터 삼남지방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록상으로 보면, 성종 즉위 1년째인 1470년에 심한 흉년이 들어 전라도 농민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듬해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물건들을 들고 나와 장을 열었는데 이를 ‘장문(場門)’이라 했다.
장시는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 사이에 국토 전역으로 확대 개설된다. 이것은 그 기간 동안 주거지 확산과 수공업 부문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지방 장시는 전국에 1천여 개소가 있었는데 ‘만기요람(萬機要覽)’에 의하면 순조시대(1801~1834)에 경기 102개, 충청도 157개, 강원도 68개, 황해도 82개, 전라도 214개, 경상도 276개, 평안도 134개, 함경도 28개소였다고 한다.
원래 조선시대 장시는 ‘일월육장(一月六場)’으로 한 지방에서 매월 6회씩 열리며, 1•6일, 2•7일, 3•8일, 4•9일, 5•10일의 순으로 개시됐다.
5일장은 물화교환을 기본으로 했으나 장의 특성상 상업적 기능 외에도 정보교환이나 놀이 등을 구경하는 것도 장을 찾는 주요 이유였다. 폐쇄적 농촌 생활을 하던 백성들은 장에 와서 주막에 앉아 막걸리나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그 소식을 마을에 가서 전하고는 했다.
또한 장은 신명나는 한판의 놀이장이었다. 상인들은 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소싸움, 닭싸움, 남사당 풍물놀이, 씨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동안 이러한 5일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자료들은 대부분 시장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당시 시장 규모와 상업 양상을 알 수 있지만, 시장 내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100여 점의 사진엽서와 민화를 통해 장의 기능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상인의 생활 양상과 애환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