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낡은 간판 속에 담긴 시대의 모습


비단, 종이, 담배 등을 팔고 있는 상점의 간판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옛 한글과 한자, 일본어가 뒤섞인 간판을 통해 그 당시 혼란한 시대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간판에 대한 기록을 살펴 보면 고려시대까지 올라간다. 송나라 사신인 서긍이 한달 남짓 고려에 머무르며 견문을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1123년)’에 따르면 개성에 위치한 상가에 영통(永通)•광통(廣通)•흥선(興善)•통상(通商)•존신(存信)•자양(資養)•효의(孝義)•행손(行遜) 등 상호가 간판으로 걸려 있었다고 한다. 간판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에도 간간히 발견되지만, 근대화가 이루어진 20세기 초부터 간판이 널리 보급됐다. 그러다 1922년에는 광고물 단속규칙이 제정될 만큼 보편화되었을 뿐 아니라 남용을 우려할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고려 및 조선시대 간판은 차치하더라도 일제강점기에는 많은 상점에서 간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아있는 수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상점의 부침에 따라 간판이 바뀌고, 6.25 전쟁 등의 영향으로 소실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존하는 일제강점기 간판은 수량뿐 아니라 종류도 많지 않아 매우 귀하다.
현존하는 일제강점기 간판을 살펴보면 대형 간판은 드물고, 상점 입구나 벽에 걸려있는 소형 간판이 대부분이다. 또한 재질은 주로 목재나 철판에 페인트를 칠한 것과 법랑을 입힌 것이 쓰였다.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