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원조’ 아니라 ‘정당한 거래’로 뜬다



전 세계 공정무역 시장의 60~70%를 점유하는 유럽에서는 공정무역 상품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소비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제3세계 생산자의 이익창출에 기여하는 공정무역 상품은 이제 가격경쟁력과 높은 품질을 함께 확보해야 글로벌 녹색상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윤리적 소비’를 정의하면 상품을 구입할 때 그 상품의 생산과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도덕성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젖소의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 우유를 마시거나, 지역 경제를 위해 자신이 사는 곳에서 나는 로컬 농산물을 먹는 식이다.
그런데 윤리적 소비가 확산되려면 단순히 도덕적 가치에만 호소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무역’은 제3세계 생산자가 만든 제품을 제값에 구입해 그들의 자립을 돕는 대안무역으로서 윤리적 소비의 범위를 넓혀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유기농·지역 특산물 등 로컬상품에 한정된 윤리적 소비를 국제간 거래로 확산시켜 저개발국 생산자들이 스스로 공정한 거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 윤리적 소비와 차별점을 가진다.
다음에서는 제3세계 농산물의 왜곡된 유통을 바로잡으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공정무역이 최근 그 범위를 어떻게 넓혀가며 전 세계 윤리적 소비를 이끌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FLO 인증마크의 신뢰도 높아


공정무역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됐다. 1946년 미국 시민단체 텐사우전드빌리지(Ten Thousand Villages)가 푸에르토리코산 손바느질 상품을 구입한 것을 기원으로 본다. 유럽의 공정무역도 자선단체들로부터 시작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옥스팜(Oxfam)은 1960년대 초 제3세계 생산자들의 공예품을 직수입하면서 공정무역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정무역’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달고 상품 거래가 이뤄진 것은 1997년 공정무역상표협회(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 ; 이하 FLO)가 설립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FLO는 2002년부터 커피, 차, 바나나 등 농산물에 대한 공정무역 상품 인증업무를 시작했다.
이처럼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공정무역 시장은 2000년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FLO가 발표한 공정무역 상품의 글로벌 판매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4년 8억 유로에서 2009년 34억 유로로 증가했으며,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상품은 총 1만 9천여 개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전 세계 공정무역 시장을 주도하는 영국 경우 2009년 공정무역 상품 매출이 72% 성장했으며, 미국에서도 46%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각 166%, 110%의 성장률을 기록해 전 세계에서 공정무역 거래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한편, 개인이 공정무역 상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나라는 1인당 15.34유로를 지출한 스위스였다.
이러한 공정무역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5...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