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PB, 홈쇼핑이라고 못 만들 이유 있나요


CJ오쇼핑의 조성선 MD는 현재 누구나 인정하는 히트상품 개발의 주인공이지만, 그런 그녀도 매일매일 출근길이 괴로울 정도로 힘든 시련기를 거쳤다. 조성선 MD를 만나 홈쇼핑 업계에 몸담기 시작한 배경부터 최근 고가 PB상품을 개발하게 된 일까지 그 뒷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홈쇼핑에서 잘 나가는 화장품에는 보편적인 공식이 있다. 가격대는 6만 9천 원에서 8만 9천 원 사이, 타깃은 35~45세나 혹은 45~55세. 제품 사용 전과 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야 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방송 시연은 필수다. 여기에 박스 한 가득 덤으로 주는 추가구성은 기본이다.
그런데 얼마 전 CJ오쇼핑이 30만 원이 넘는 캐비아 화장품을 출시했다. 그것도 명품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업고 출시되는 콜라보레이션 브랜드가 아닌 자체 PB(Private Brand)를 달고 나왔다. 홈쇼핑 화장품은 저렴하고, 푸짐한 맛에 구입한다는 통념에 반할 뿐 아니라 PB로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은 적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품이 소위 ‘대박’이 났다. 첫 방송에서 방송종료 20분을 남겨두고 준비한 2천 세트 물량이 모두 매진됐고, 출시 6개월 만에 온라인몰에 달린 상품평 수는 2천 개를 훌쩍 넘었다. 제품 평점도 97점이고 구매자 대부분이 ‘강력추천’을 외친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100% 캐비아 추출물로 만든 CJ오쇼핑의 야심작 ‘르페르(REPERE)’. 이 상품은 상품개발1팀 조성선 MD 손에서 태어났다.


홈쇼핑 룰을 깬 명품 PB의 성공
"이미 선보여왔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CJ오쇼핑 이름으로 또 출시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함께 작업했던 협력업체들을 생각할 때 도덕적으로도 옳지 못한 일이죠. 그래서 기존에 홈쇼핑에서 접해보지 못한 최고급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데 합의점이 모아졌어요. 고가의 명품 화장품을 취급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한번 그 이상의 화장품을 만들어보자고 했던 거죠." 르페르 개발 배경에 대한 조성선 MD의 설명이다.
CJ오쇼핑이 국내 홈쇼핑 최초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로 업태를 바꾼 후 처음 선보이는 PB를 론칭하기 위해 ‘BIC(Best In Cosmetics all women want; 여자들이 원하는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자는 의미)라는 명칭의 TFT가 꾸려졌다. MD, 마케팅팀은 물론 CRM팀, 편성팀, 영업팀, 심의, QC, PD, 쇼호스트까지 회사 내 거의 모든 조직에서 인력이 차출됐다. 모두 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야 할 만큼 바쁜 사람들이었지만, 매주 열리는 TFT 회의는 정확히 진행됐다. “콘셉트를 잡는 일부터 개발, 론칭까지 모든 작업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됐어요. 관련부서가 모두 참여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TF팀 안에서 얻을 수 있었고, 그만큼 시너지도 높았죠.”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100% 캐비아 추...기사전문보기